뒤늦은 프롤로그

산으로 간 배, 아카이브도 산으로 가고 있다.

내일이면 벌써 9월 1일, ‘산으로 간 배’가 7회차를 맞이하는 날이다. 나는 산으로 간 배의 아카이브를 맡고 있다. 나는 매주 글을 써서 공유하기로 되어 있는데, 벌써 몇 주가 밀려버렸는지 모르겠다. 적어도 일주일 안에 다 메꿀 수 없음은 분명하다. 일이 언제부터 꼬였는지 모르겠다. 유럽으로 연수를 다녀오기 전만 해도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. 귀국 후에, 나는 꼬박 일주일을 앓아누웠다. 감염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피곤하다는 이유만으로 몸 전체에 두드러기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. 겨우 몸이 회복되자마자 밀린 일들을 마주하자니 괜히 조바심을 내는 것 같기도 하다. 아니면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던 문제들이 지금에야 내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. 면접을 볼 때까지만 해도 나는 코디네이터가 아니라 단순히 참여자가 될 예정이었지만, 기존의 담당자 분께서 퇴사하시면서 갑작스럽게 내가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. 또 그 시기에는 (여기선 밝힐 수 없는) 개인적인 문제를 겪고 있었다.
막상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별거 아닌 핑계처럼 느껴진다. 컴퓨터 앞에 앉아 한글 문서 하나 열어두고 이런저런 변명거리만 떠올리다 보니, 하필 이 프로그램의 이름이 ‘산으로 간 배’라는 것이 무심코 잊어버렸던 예언가의 말처럼 느껴지는 날이다.

사공 많은 배만 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. 때로는 혼자 노 저어가는 나룻배도 바람이 밀어 보내는 물살에 엉뚱한 곳으로 휩쓸려 가버리기 마련이다.

프로그램 담당자인 나비 님께서 내가 쓰는 글들을 영등포구청 블로그 같은 곳에 업로드하면 어떨지 물어보셨다. 나는 좀 창피할 것 같기는 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. 비윤리적인 일을 저지른 게 아니라면, 쪽팔리는 것을 지나치게 신경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. 너무 창피해하는 것도 어찌 보면 자의식 과잉이기 때문이다. 나비 님께서 글을 업로드할 때는 간단한 제목을 붙여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. 지금까지 나는 글에 따로 제목을 달지 않고, 편의상 ‘0714’ 같은 식으로 날짜만 표기해 두었다. 이제 와서 밀린 글들을 쓰려고 보니, 글 위에 활동 날짜를 붙이는 게 영 좋아 보이지 않는다. 개학 전날에 밀린 방학 숙제를 조작하는 초등학생이 되는 기분이다. 이왕 늦게 쓰는 거, 그간 활동의 이정표나 부표가 될 수 있도록 (날짜가 아니라) 주제 별로 묶어서 글을 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. 멘토 선생님들께 혼날까 봐 걱정되지만, 이미 혼날 짓은 충분히 한 것 같다. 마침 글 쓰는 방식에 변화를 주고 싶었던 참이었는데, 일단 써 봐야겠다.


* 이 글은 2, 3주차 아카이브를 작성하기도 전에 작성되었음. 그만큼 많이 밀렸었다.